두 달 전 달라스로 이사 와서 내 생애에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달라스의 첫인상은 모든 집에 fence가 둘러져 있고 주차장에는 까마귀가 많이 있다는 것과
바깥 에어컨 팬이 돌아갈 때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종일 분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쳐 갈 때쯤 Plano에 있는 안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천사 같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주눅 들었던 나의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서인지 내게 마스크를 내리고 웃어 보라고 하셨다.
뜻밖의 주문에 어색한 미소를 보여 드리자 "웃으니깐 예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나의 웃음을 보고 행복한 눈물이라며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아프기 전에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물어보셨고 나는 florost였다고 대답했다.
나는 4년 동안 투병 중이다.
오랜 투병으로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였고 이젠 용기를 내서 하나씩 도전해 가고 있는 중이다.
4년 만에 컴백한 세상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버거킹에 갔더니 커다란 화면에서 터치하며 주문하는 시스템이 생겨있었고
셀러폰으로 음식 주문이 가능해졌고 셀프로 페이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카드도 4년 전에는 그냥 긁으면 됐는데 이젠 끼우거나 터치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의 세상은 4년 전에 멈춰져 있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시야의 한 부분을 잃고 오른손이 부자연스러워서 인지 자신감이 없고 불안할 때가 많다.
옛날에는 계산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운전하는 것도 평생 해 온 것이었고
꽂을 꼽는 것은 식은 죽 먹이며 나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는 그 마음은 참 절망이었다.
그런데 뜻하지도 않게 안과 선생님께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셨다.
그래서 오늘 면접을 보고 파트타임 오퍼를 받았다.
오너는 나에 대해서 안과 선생님에게 잘 들었다며 말씀하셨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 67년도에 설립된 가게에서 알하게 되었다.
오너는 내가 자신 없어하자 부담스럽지 않은 3시간을 일하며 조금씩 회복되면 시간을 늘려 보자고 하셨다.
낯선 달라스에서 두 분을 만나게 하신 것도 참 축복이다.
많은 분들이 걱정과 기도가 좋은 결실을 맺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한 스텝씩 걸어가려고 한다.
뛰기에는 조금 무서워 걸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달라스는 아마도 나의 노년을 보낼 곳일 것 같은데 이것이 좋은 출발이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바람이 종일 불지만 이 두 분의 만남은 상쾌한 바람이었다.
나의 50대 중반을 "괜찮아. 살만한 세상이야!"라며 속삭이는 바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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