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더 문(The Moon) 영화관람

차작가 2023. 10. 20. 11:12

 

 
 

남편이 며칠 전에 달사람 닷컴에서 영화 이벤트 행사에 재미 삼아 참여해서

운 좋게 당첨이 되어 더 문(The Moon)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 두 장을 얻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월, 화, 수 3일 밖에 상영하지 않아서 급하게 오늘 저녁에 보러 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상영 시간은 오후 3시 반과 저녁 9시 40분이었다.

그래서 제목과 어울리는 저녁으로 정했다.

영화 보러 가는 차 속에서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예쁘게 떠있다.

초생달은 항상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짝 뜬 모습을 하고 있다.

달라스의 한낮의 온도는 100도를 초과하는데 저녁시간은 조금 선선하고 교통도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이들 다 키워 놓고 이제서야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당첨권을 들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티켓 박스에 가서 티켓으로 교환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영화관 안에는 우리 외에 동양인 세명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사에는 미안하지만 그분들이 없었으면 우리 부부가 영화관을 통째로 전세 낼 수 있었던 기회가 될 뻔했다.ㅎㅎ

뉴스에서 약 290억 정도 들여서 영화 제작을 했는데 관객 수가 50만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가 되어서 그런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영화를 보면서 남편이 어릴 적 꿈이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어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고 했는데

편의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슬쩍 기분을 살폈다.

박사학위도 하고 나사에서 진행한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동안 했었던 남편은 현제는 다른 분야에 도전 중이다.

저런 걸 만드는 것을 꿈꾸었겠구나....라는 생각에 비록 완전히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남편의 또 다른 꿈을 응원한다.

뒤에 세 명의 관객이 없었더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우주선과 우주에 관련된 질문들을 해가며 보고 싶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그래도 남편은 중간중간 아는 척하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결혼 27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의 덕을 좀 봤다고 할까?

배경은 유인 달 착륙 과정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 말하고 하는 주제는 인류애였다.

그 인류애를 표현하는 것은 나의 관점으로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두 가지 색깔이고 다른 하나는 눈물이었다.

영화 내내 화면에는 두 가지 색깔이 대비되면서 감정을 표현했다.

달에 있는 주인공을 표현하는 색깔은 검 푸른빛이었고 지구의 사령탑에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색깔은 검은 주황빛이었다.

그런데 두 가지의 공통점인 느낌은 깊은 차가움이었다.

그리고 그 색깔을 표현하는 화면의 촉감은 스케치한 듯 흐릿함이었다.

그래서 이것이 차가움인지 공포인지 불안함인지 따뜻함인지 모호하게 화면으로 감정을 드러나게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두 공간의 공통점은 눈물이었다.

우주에도 눈물이 있었고 지구에도 눈물이 있었다.

그런데 두 공간의 눈물은 따뜻하게 다가왔다.

음영이 깊고 검은색 터치가 많이 들어가 있는 두 주인공의 얼굴과 눈에서 비치는 그 감정은 간절함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주인공 황선우가 두 동료를 떠나보내고 그들이 남긴 사진을 볼 때

그 우주 속에 공간이 잠시 깊은 노을 색으로 바뀌는 부분이었다.

아버지를 잃고 푸른색이었던 그의 삶이 잠시 붉게 물드는 그 순간이었다.

뜨거운 눈물은 간절함과 그리움과 살고자 하는 마음이 교차되며 나에게 다가왔다.

차갑고 척박한 그 달을 향해 떠나는 주인공의 마음이 마치 그리움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죽음과 맞닿은 순간에는 거리의 색깔도 검푸른 색깔로 변하고 사령탑의 공간도 검푸른 빛으로 변했다.

드디어 두 공간이 서로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인공이 구조된 것은 서로가 공감하고 함께 울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그 인류애가 사람됨을 회복하게 한 것이다.

이념도 명예도 성공도 그 눈물로 녹아져 모두 하나의 색깔로 변하게 되었다.

주인공이 돌아왔을 때는 깊은 주황 색이 밝아지고 화면을 덮었던 깊은 어두움도 사라져있었다.

우주선이 달을 향해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지만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이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살짝 아쉬웠던 부분은 사령탑의 규모와 엔딩 장면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엔딩 장면은 뻔한 스토리보다 영화 속에 없었던 웃음을 찾는 엔딩이었으면 했다.

설경구의 첫 등장이 소백산에서 총으로 멧돼지를 사냥할 때 총알을 두고 와서 못 잡았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 멧돼지를 잡기 위해 총을 겨누지만 역시 허당을 치게 되고

황선우가 찾아와서 맛있게 함께 라면을 먹으며 끝나게 하는 게 더 재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두 주인공의 눈을 카메라가 줌 해서 잡을 때 눈에서 나오는 그들의 연기력이 생각난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관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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