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문제는 대화로

차작가 2023. 10. 20. 11:19

내 이름은 새초롬이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만날 땐 대화를 통해 푸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이 정답이 정말 쉽지 않기에 문제를 회피하거나 "안 보면 그만이지!" 하고 끝내버리기가 쉽다.

나 같은 경우는 문제를 만날 땐 혼자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새삼스러워 덮어버리는 방법을 썼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나이를 들어가며 알게 되었다.

이 방법은 점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을 줄어들게 했고 사람들이 무서워져서 나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방어벽이 점점 높아져서 감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4년 동안 8번의 뇌출혈... 두 번의 목뒤 혈관이 찢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고 난 뒤는 내가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침대에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으면 "산다는 게 뭘까.. 죽음은 뭘까."등 별생각을 다하게 된다.

그 순간 깨달은 것은 "내가 잘못 살았다!"였다.

나는 늘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았었다. 이것은 또 다른 교만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배려 같았지만 그 속에는 원망과 정죄.. 난 다르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타고난 천성을 바꾸긴 쉽지 않다.

소심한 사람이 외향적으로 변하는 건 하루아침에 되질 않는다.

그리고 바꿀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내가 반드시 변해야 된다는 걸 안 이상 그저 머무를 수만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글 쓰는 걸 오랫동안 하기 위해선 내 성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교회 생활이 나의 유일한 외출이다.

외식도 별로 흥미가 없고 쇼핑도 온라인으로 하는 게 편하다.

집 밖을 나가는 건 강아지 산책 시키거나 병원 가거나 남편과 함께 간혹 나가는 게 전부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가족 외에 사람을 만나는 곳은 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생활이 편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최근에 달라스로 이사를 와서 만난 소그룹에서 조금은 변화를 주고 싶었었다.

싸움에서"선방"을 날리는 것처럼 하루빨리 나를 소개하고 이 모임에 익숙해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은퇴한 전직 사모라 어느 교회를 가도 서먹서먹하게 우리를 대한다. 그래서 이 장벽을 넘어서야만 했다.

이사 오기 전 교회도 그랬었다.

서먹한 교회생활을 3년을 보내고 나서야 깊이 친교 하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딱 1년 만에 달라스로 이사 오며 교회를 떠나야만 했다.

딱 일 년이지만 가장 깊이 교제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유일한 교회였다.

지금도 매일 카톡으로 소식을 보내주신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선방을 날려서 서먹한 관계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었다.

목사가 목회를 그만두고 교회를 나가면 교역자도 성도도 뜨내기처럼 언젠가 나가겠지 하며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교회는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오진 않았나.. 하며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뭐... 이런 건 충분히 이해한다.

알다시피 난 죽음의 문턱도 여러 번 서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타고난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 그림이 필요했다. 일종의 시나리오이다.

우선 소그룹에 배정이 되면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자!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예배시간은 마음이 불안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기에 목사님 얼굴만 쳐다봤다.

"사모님!" 하고 불리는 순간 난 여기서도 친구를 만들긴 걸렀다! 하며 전투적으로 나를 오픈했다.

밥도 처음부터 같이 먹기로 했다.

역시... 나에게 없는 기질을 무리하게 하다 보니 사람들은 아마도 "사모가!"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사모가 아니었다면 듣지 않을 수 있는 평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나를 씁쓸하게 했다.

사실 나도 다가갈 때 용기가 필요했었다.

사실 엄청난 큰 용기였다. 싸움에서 선방을 날리는 것처럼...

이 문제는 내 영혼을 아프게 할 그런 상처는 아니다. 그저 해프닝이다.

그렇지만 이젠 말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나 솔직히 빨리 잘 적응하고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랬어요.. 무례하게 보였다면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말하기엔 왠지 그분들도 들킨 느낌이 들어 당황할 수 있어서 말하지 않은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씁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좋은 해결 방법이 필요했다.

그동안은 대부분 기도하거나 글을 쓰며 해결해 왔었다.

그러나 내가 최근에 생각한 좋은 문제 해결 방법이 효과가 있어서 나누고 싶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절대로 정신 나간 것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게 말을 거는 방법이다.

이렇게^^

나:

"성도님.. 제가 소그룹에서 나보다 나이 어리면 이름부른 게 불편하셨어요?

저.. 빨리 여러분이 4년에서 10년 동안 교제해서 가진 그 시간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랬어요.

사모, 목사가 아니라 성도로 다가가고 싶어서 무리수를 뒀어요.

제 성격을 보면 분명히 한 3년은 서먹하게 지낼게 뻔 하거든요.

전 그러면 급방 60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리고 전 건강 문제로 언제 또 병원에 입원할지 모르잖아요.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요.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그렇지만 "사모가 반말로 성도와 대화를 하는 건 좀 그래"라며 나를 정죄하는 건 잘못된 태도에요.

욕을 하면 문제가 되지만 내용은 아름다웠잖아요! 그렇죠!"

"혹시... 미안하다고.. 내 마음을 몰랐다고 말씀해 줄 수 있나요?"

지체님:

"미안해요,,, 오해했어요.. 마음대로 편하게 반말하셔요. "

나:

정말요! 그렇지만 솔직히 저도 반말은 불편했어요. 무리수를 둔 거예요^^

이렇게 식물에게 말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문득문득 이 대화를 생각하면 크게 웃게 된다.

이렇게 내가 키우는 "새초롬이"에게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느새 문제는 해결되어 있다.

그런데 꼭 입으로 소리 내며 말해야 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해야 한다.

잘못하면 병원에 가라는 소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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