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내가 좋아하는 쇼핑이란

차작가 2023. 10. 21. 12:12

우리 집 바로 앞 그야말로 코앞에 있는 화원

그 많은 화분 중에 너로 정했어! 그래서 요렇게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외출이 거의 없는 나는 심지어 장을 보러 가는 것도 남편에게 부탁을 한다.

기름값도 절약할 겸 남편이 약속이 있는 날은 들어올 때 사 올수 있으면 대부분 부탁을 한다.

그리고 음식이 아닌 경우는 99%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다.

새로운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늘 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지 않고 사도 별문제가 없다.

요즘은 온라인쇼핑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이처럼 좋을 수가 없다.

때로는 엄마의 취향을 잘 아는 딸에게 부탁을 하면 아빠랑 같이 나가 주니

똑같은 성향의 두 부녀에겐 데이트의 찬스가 되니 오히려 좋아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삶을 나는 누리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한 게 운전이고 요리이고 청소였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나도 직장도 다녔었고 친구들과 쇼핑도 다녔고 카페도 다녔었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한 것이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귀찮았었다.

특히 친구와 쇼핑을 가게 되면 이것도 입어 보고 저것도 입어보고를 반복하는 친구 때문에 솔직히 힘들었었다.

내가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딱하나였다.

몇 정거장을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고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참 행복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미국에 와서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세 가지만 하며 보낸 것 같다.

바로 운전,,, 그리고 밥하는 것! 청소하는 것...

이젠 아이들이 커서 독립을 했고 내가 아프고 나니 이 세 가지를 모두 완전히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아픈 게 모두 나쁘지만은 않다.

돌아온 삶을 정리도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에게 허락된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 것은

고난을 통한 축복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글 쓰는 것과 책 읽는 것...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애에 가장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외출을 잘 안 하지만.. 유일하게 남편에게 가고 싶다고 말하는 외출이 있다.

꽃구경하는 것이고 화분이나 화초를 구경하러 가는 일이다.

달라스는 너무 더워서 나갈 수가 없지만 필라에 살 땐 겨울만 빼곤 우리 동네에 큰 화원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아기자기한 화분이나 정원에 필요한 소품을 구경하는 것 그리고 lowe's에 가면 outside에 있는 매장에는

각종 새들이 지붕에 새집을 지어서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쇼핑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petco나 petsmart에 가면 물고기를 구경하고 각종 새와 햄스터 구경하고 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했었다.

이곳은 우리 아이들과 나에겐 천국이었다.

한번 가면 1~2시간은 금방 가 버리곤 했었다.

내가 키우던 식물들을 필라를 떠날 때 모두 이웃들에게 나눠 줘야만 했었다.

8일 동안 여행을 가는 마음으로 이사를 했기에 가져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달라스에 오면 집을 사고 난 뒤에 화초를 사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마음이 우울해 최근에 화초를 두 개 샀다.

먼저 산 화초는 내가 좋아하는 예쁜 화분을 사서 옮겨 심었는데 두 번째 산 화초에도 새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집 바로 앞에 있는 화원에 갔었는데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어서 못 샀었다.

이 더운 날씨에 7시에 문을 닫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요? 숨 막혀서 도저히 7시 전에는 갈수 없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오늘 교회 갔다 오던 길에 들렀더니 주일은 5시까지 오픈을 해서 유일한 손님이 되어 구경할 수 있었다.

필라에 내가 자주 가던 곳과는 조금 서운한 규모였지만 그래도 필요한 화분은 충분히 살수 있는 규모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얀색 화분으로 결정했다.

먼저 산 화분이 흰색이고 푸른색 식물이랑 잘 어울려서 마음에 딱 들었다.

집은 내년에나 후년으로 사는 걸 생각해야 되지만 남편과 함께

"이거 나중에 조그마한 정원을 만들어 심으면 좋겠다! 나는 이 나무가 마음에 들어서 꼭 심을 거야!

꽃꽂이 할 땐 그린이 중요하니 이게 좋겠다!"라며 김칫국을 마셔 보았다.

여기서는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신중해진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주문해도 늘"여보 그냥 지난번 거나 할인하는 거 사면되니 알아서 해요" 하면서 말이다.

집에 와서 더운데 남편과 함께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남편이 화분 가는 걸 도와줬다.

"여보 중앙으로 나무를 놓아야지! 돌멩이는 평평하게 잘 깔아야지! 적당히 하지 말고 조심히 다뤄요!"

입으로 나는 이렇게 신중할 수가 없다.

화분 하나 사는 게 이렇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는 은혜를 주셨고... 조금 불편한 몸이지만 잘 인내할 수 있는 마음도 주셨다.

무엇보다 감사하며 살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사는 이 순간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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