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편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ㅎㅎ 집에 있는 재료로 만 열심히 하고 있음
햄이 있는 것은 내 거, 햄이 있는 것은 남편 꺼
요즘은 남편이 화요일, 목요일은 오피스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서 일하는 월, 수, 금은 혼자 있을 나를 위해 반찬이나 국이나 찌개를 미리 해 놓고
내가 혼자 있더라도 편하게 차려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준다.
칼과 같은 무거운 것은 아직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소박한 김밥이나 맑은 잔치국수이다.
비린내를 좋아하지 않아서 무슨 음식이든지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남편과 나의 식성은 정말 반대이다.
나는 고기를 좋아하고 또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과는 정말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다.
라면도 나는 하얀 라면을 먹고 남편은 매운 라면을 먹는다.
그동안 내가 음식을 만들어 줄 때는 아무 소리 안 하고 먹더니
요즘은 무슨 음식에 한이 맺힌 사람처럼 자기가 원하는 "맛을 찾아 삼만 리"이다.
아무리 내가 맵다... 짜다 해도 "하나도 안 짠데? 하나도 안 매운데?" 하며 머쓱해 한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지금 나 골탕 먹이는 거지!" 하곤 한다.
대략 4년 동안 집에서 일하는 직장을 다녀서 일종의 취미처럼 요리를 진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가 1년 전부터는 내가 아파서 해야만 해서 요리를 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옆에서 살짝 돕는 것도 큰일이었다는 걸 남편은 실감하며 살고 있는 중이다.
진짜 이젠 혼자 하니 자연스럽게 손쉬운 요리를 하게 되고 또 4년 정도 하니 주부가 새삼 대단 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남편은 그래서 재료를 사는 것도 신중하게 되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도 지혜롭게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항상 나는 "당신이 주부로 산다면 살림 거들 나겠다! 왜 꼭 필요한 것만 사지 이렇게 낭비를 하는 거야!
먹지도 않을 것을 잔뜩 사서 이렇게 썩혀 버리는 거야!" 하며 나도 자꾸 잔소리가 늘어난다.
그런데 이젠 4년을 가르친 보람이 있다. 하산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장을 볼 때도 나에게 묻고 냉장고에 무슨 재료를 먼저 사용해서 처리해야 하는지도 묻는다
난"나! 식품영양학 전공자야!" 하며 잘난 척도 한다.
한동안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서 바빠서 한주는 순두부찌개를 일주일 동안 주고
한 주는 소고기뭇국을 일주일 동안 주더니 오늘은 노래를 부르며 김밥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인내를 가지고 ㅎㅎ 가르친 보람이 있다.
오늘은 알뜰하게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만 만들었다.
"달 사람 닷컴"에 올라오는 주부들의 먹음 직도하고 보암직도 한 아름다운 요리는 아니지만
남편이 요리한 김밥은 최초의 게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분! 이 김밥은 그동안 부단히 잘 가르친 나의 공입니다~~" 나도 쓰담쓰담 남편도 쓰담쓰담이다.
나이 들고 아이들이 떠나니 이젠 우리 부부가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다.
다시 연애하는 것 같고 오롯이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는 진짜 찐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밥은 좀 질었고. 달걀도 좀 짜서"아! 단무지가 충분히 짜니 달걀에 간하지 말고! 한걸 또 잊었구나...
왜 내가 하는 말은 잘 안 들릴까!"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먹고 죽는 것도 아니고 나름 건강한 식탁이니 뭐 어때! 했다.
오늘 까무러칠 정도 기가 막힌 맛은 아니었지만 내일 오피스 나가는 날이라고 미리 내일 먹을 것도 남편이 냉장고에 넣으며
"이거 내일 점심때 먹어"라고 생각해 준다.
점심 먹으며 오늘 아침 OT 받을 때 보드게임 중 하나인 핀을 점프해서 옮기는 게임을 하는데
"여보 내가 이때까지 한 사람들 중에 제일 잘했데!" 자랑도 하며
남편에게 밥 먹다가 보드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서 한번 해 보고 누가 잘하는지 이야기도 하며
나름 이기고 싶어서 다음에 더 잘하려고 전략도 짰다.
세상 어느 유명한 식당보다도 오늘 우리 집 밥상이 제일 맛있는 분식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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