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열심히 씻었지만...
요건 가르쳐 준 대로 잘 한 것 같다.
특이한 방법으로 야채 손질하는 남편
깜쪽 같지만 나름 비밀이 있었다는~
오늘은 남편이 요리하는 날^^
집에서 일하는 날은 언제나 점심을 준비해 주고 있다.
그동안 모르고 이 반찬 같기도 하고 요리 같기도 한 야채볶음을 간혹 먹긴 했었는데...
알고 보니 하.... 브로코리를 안 씻고 요리하고 있었다^^
웃어야겠죠! 울 수는 없으니...
"여보! 브로코리가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요? 요 작은 머리에 촘촘히 벌레가 박혀있데요!" 하니
"이거 organic이라 괜찮아!" 한다.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organic은 벌레도 안 산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말을 듣고 난 다음에는 이 반찬은 안 먹는 걸로 했다.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오늘은 물에 담가뒀다고 말했다.
웬일인가 해서 자세히 봤더니 삶고 난 후에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 불리고 있었다.
하~~이건 또 뭔가요!
뜨거운 물에 데치면 벌레가 죽고 또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 담그면 소독이 된다고 생각했다는데..
"여보 생각을 하고 살아요! 아니! 뜨거운 물에 데치면 벌레가 못 나오고 안에서 죽었을 테고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 담글 필요도 없는 상태가 되잖아요!"
"차가운 물에 베이킹소다를 타서 그 속에 브르 코리를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고 다음에 데치는 게 더 논리에 맞지 않아요?" 하니깐
자기도 웃긴가 보다.
사실 브로 코리도 너무 크게 설어서 왜 저랬을까... 했지만 그냥 그건 패스했다.
그런데 다 삶은 브로코리를 늦게라도 썬다.
이건 또 뭔 마음일까 ^^ 아마도 아차! 와이프가 아직 무거운 음식은 젓가락 하기가 힘들지! 하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남편의 요리는 참 맥락이 없는 전개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먹어야 기분 좋아할 것 같아 한입을 먹는데...
반대편에 앉아서 먹던 남편의 귀에도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와짝! 하고 났다.
바로 돌을 씹은 것이다.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ㅎㅎ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
"여보. 그러니깐 야채가 살아있을 때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씻었다면 최소한 돌멩이는 안 씹게 되는 거잖아요. 진짜!"
밥 먹다 말고 씹는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입을 헹구고 화장실에 가서 남편이 이를 체크하고 야단법석을 다 떨었다.
작년에 재활을 하다가 이를 꼭 다물어서 이에 금이 가서 치료받았기 때문에 우리 둘 다 놀랐다.
그래서 오늘도 이 반찬은 못 먹었다 또 돌 나올까 바서.
남편은 나름 한국에서 유명한 학교의 공학 박사 출신이다.
그런데 결혼해서 내가 가장 남편에게 많이 하는 말이 "여보 생각하고 움직여요! 여보 머리를 써요!"이다.
우리를 잘 아는 이웃들은 내가 이 말을 하면 모두 웃는다.
어느 집 남편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 어딨냐고 묻고 27년 동안 한자리에 있는데 "여보 그거 못 봤어?"
나는 절대로 찾아주는 법도 없는데도 왜 늘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많아 그런 곳에는 머리를 쓸 여유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중요한 것은 이 반찬을 일주일 동안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먹는 것도 숙제이다.
나름 자신을 위해서는 빨강 김치찌개를 나를 위해서는 하얀 김치찌개를 일주일 분량을 해 놓은 친절한 남편의 배려!
머리를 안 쓰는지 몰라도 마음은 쓰는 걸로 인정하며
맥락 없는 남편의 요리지만 이것도 복이다...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젓가락을 움직여 볼까 한다.
나는 그래도 행복합니다~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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