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여름같은 가을 재밌는 달라스

차작가 2023. 10. 21. 12:23

8월 말에 집 근처에 있는 Home Good에 갈 일이 있었다.

집에 있는 머그잔이 많았었는데 살림이 서툰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난 뒤로 접시나 컵이 하나둘씩 깨져서

아무래도 컵은 사야 할 것 같아서 한번 구경이나 하자.. 하며 들렀었다.

그런데 그날도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입구에 할로윈 장식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봤다.

속으로 "무슨 한여름에 할로윈 장식이지?" 하며 둘러보는데 컵도 할로윈 접시도 할로윈이었다.

그제야 곧 9월이라는 걸 알았다.

북동부에선 지금쯤이면 여름 옷을 정리해서 넣고 가을 옷을 꺼내고

이불 같은 경우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여름 이불은 잘 세탁해서 보관함에 넣어야 하고 얇은 솜 이불을 내야 되고

카디건이나 셔츠는 늘 들고 다녀야 한다.

8월 말부터는 낮에는 에어컨을 틀고 저녁에는 히팅을 틀어야 될 때 가 많다.

나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마켓이나 교회를 갈 땐 꼭 간단하게 걸칠 수 있는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현관 앞에 여름 내내 피고 진 꽃도 이젠 정리를 하고 화단에 가지치기를 해서 겨울도 준비한다.

그리고 몇 년 전 심은 국화가 몽글몽글 꽃을 피우는 것도 볼 수 있다.

호박을 사서 문 앞에 장식을 하고 거실에는 추수감사절 장식을 하고 추수감사절 니스를 front door에 미리 달아 놓는다.

그런데 달라스에 와서 더위에 정신이 나가서 항상 7월이라고 생각하고 산 것이다.

할로윈 장식을 진열해 놓은 걸 보고 달라스에 이사 와서 가장 크게 웃는 날이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젠 9월이 되었으니 가을이 온 것이다.

그래서 나무를 쳐다보니 조금씩 물이 들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가을이라고 시원한 바람을 상상하면 안 된다. 아직 뜨거운 바람이지만 어쨌거나 바람이 불면 낙엽이 앙증맞게 뱅그르르 돈다.

마치 "나 가을 왔어요~" 하면서

역시 자연은 똑똑해서 아무리 더워도 낙엽을 만들 줄도 알고 떨어질 줄도 안다.

"아니 가을이 왔으면 나에게 말을 걸어주던지!" Home Good 안 갔으면 9월인지 모를 뻔했다.

"그래! 너 가을 인정! 어서 와 좀 더워서 당황했지"컵 사러 갔다가 웃음이 나서 계속 킥킥거렸다.

컵은 어차피 사더라도 또 깨질 것 같아서 안 샀다.

집집마다 안 쓰는 컵은 널려 있을 것 같아서 목장에 광고해서 안 쓰는 거 우리 집에 버려 달라고 했더니

아마도 최소한 2년은 깨트리더라도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예쁜 그릇 예쁜 컵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ㅎㅎ 난 그런 부엌용품에는 관심이 없다.

물컵은 그저 물만 담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돈도 굳히고 컵도 생기고 달라스에 와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었으니 달라스에 처음 맞이하는 여름 같은 가을 시작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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