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시골집 부엌은 나에겐 귀신의 집
빗장이 쳐져 있는 부엌문을 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뒷문이 벌컥 열리면 어쩌나
시커먼 아궁이에서 용이 나오면 어쩌나
물주전자는 보이지 않고
컴컴한 부엌에 보이는 건 이상한 그림자뿐
저녁에 물주전자 머리맡에 놓고 자라고 하던
할머니 말 들을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물주전자 들고 뛰어나오느라
부엌문 안 닫았다고 할머니에게 혼이 나고
나빴다 할머니
그냥 아기인데 그냥 갖다주면 안 됐었나.
이유 모르는 귀양살이한 어린 나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억울하다.
사업 실패한 큰아들 잘못을 나에게 풀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