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화재 경보가 준 깨달음

차작가 2025. 1. 1. 10:49

 

지난 토요일 새벽 4시 조금 넘어 아파트 전체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전체 건물의 모든 알람이 울리자 우선 귀가 아팠고 집안 복도 등 불빛이 반짝거리며 켜지자 눈이 부셨다.

일단 우리 집은 화재가 없었고 문을 얼어보니 복도 괜찮아 보였지만

사람들이 피신하고 있었고 복도의 천정에 달린 화재 경보도 울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집에 불이 났구나.. 하며 잠결에 안경을 쓰고 재킷을 입고 초롱이를 안고 바깥으로 피신했다.

조금 있으니 소방차가 3대가 출동을 하고 어느 집에서 화재가 났는지 조사를 하러 소방대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모여있던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건물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연기가 나지 않고 냄새도 없으니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조사하던 소방관들이 알람 오작동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모두들 잠결에 나와서 파자마만 입고 있었고 어떤 분은 맨발인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로 나온 분도 있었다.

오작동이라 다행이지만 한바탕 소동으로 잠이 다 깨버렸다.

그런데 다시 잠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님 오실 때도 이와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우리가 천국 가는 날도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값비싼 물건은 하나 없는 내 살림이지만 막상 위급한 순간에는 파자마뿐이었다.

그나마 화재 경보라 가장 소중한 초롱이 와 남편과 함께 피신할 수 있지만 죽을 땐 혼자 가는 거다.

그리고 진짜 불이 난다면 뭘 가지고 나갈까..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해 보니 노트북 차 키 크레딧카드 셀폰 손에 익숙한 성경 말고는 없었다.

세상 것에 욕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죽으면 사라질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생..... 잘 살아야겠다...

가장 소중한 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 화재 경보 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