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간... 올해의 슬로건은 도전이다.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에 꽃을 꽂아 가고 남은 것을 그대로 물을 채우지 않은 병에 꽂아 뒀더니 이렇게 예쁘게 말랐다.
12월 마지막 2주는 내년 계획도 세우며 조용히 지내고 싶어 트리도 미리 다 정리해 넣었다.
12월 25일 특별한 날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묵상을 하고 남편은 일을 하러 갔다.
조용히 책 읽고 묵상도 하고 글을 쓰며 보낼 수 있어 참 감사하다.
제대로 살아가는 거지.. 하는 안도감도 들고 번거로운 스케줄이 없다는 게 참 좋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니 남편이 밥을 챙겨 주러 들어왔다.
남편이 오늘은 특별히 갈비찜을 해 주겠다고 했기에 조금 일찍 들어왔다.
우리는 갈비 하면 항상 어려운 시절이 생각난다.
남편이 신학교 다니고 목회를 할 땐 이 갈비가 너무 비싸서 온 가족이 한 번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아이들을 위해 사면 예일이 3줄 수언이 3줄 주고 뼈 부분은 남편이 먹고 나는 언제나 안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그런 시절이 떠올라 고기를 먹어야 될 때가 있으면 꼭 갈비를 먹는 편이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서러움은 없지만 아련하고 슬픈 추억으로 남아있는 갈비이다.
남편이 갈비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오랜만에 후배와 통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KAIST 교회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던 후배이다.
결혼 전부터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었고 결혼 후엔 형수님
그리고 후배님도 결혼을 하고 난 다음에는 더 친하게 지냈었다.
후배님은 평소에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데 최근에 궁금해서 남편 페이스북을 자세히 읽고서야
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한국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을 듣고서야 우리의 형편을 자세히 안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기는 하지만 전화를 한다든지 소식을 묻는 사람들은 참 적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에서 전화를 주니 너무 감동했다.
동문들이 많지만 목회를 할 때도 신학교를 다닐 때도 아무도 형편을 물어봐 주질 않아서 서운 한마음이 왜 없었을까..
후배는 미국에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전문의를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걸 알고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나의 병은 특별한 케이스라 전문의가 많질 않다.
그래서 언제나 한국에 가서 의사를 만나곤 싶지만 한국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65세가 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후배님이 다니는 교회 장로님이 유명한 분이라며 의료 자료를 보내 달라고 했다.
담당 의사에게 보여드리고 치료를 돕고 싶어 했다.
미 시민권자라 경비가 많이 들면 KAIST 교회 동문회에 알려 모금을 해서라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나도 내 병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놓고 산다는 건 아니다.
하나님께서 언제든지 부르시면 가야 하고 생명을 주시면 이 땅에서 사명을 다하는 게 나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장애를 가질 확률이 많아 걱정은 되지만 그것도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 이 부분도 내려놓았다.
그래서 나는 늘 말씀 앞에 서려고 매 순간 노력한다.
오늘 생각지도 않았는데...
후배님의 진심이 느껴져 크리스마스에 내평생 가장 따뜻한 선물을 받은 날이 되었다.
남편이 이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남편도 나도 밥상 앞에 앉아서 울었다.
내 추억의 한편... 후배님과 함께 신앙생활했던 모습이 살아났다.
이젠 중년이 되고 나이 들어 서로를 걱정하는 우리가 되었다.
한 푼의 돈도 없이 목회를 마감했지만 하나님은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찾아가게 하신다.
인생 돌아보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빈손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손은 비었지만 소중한 건 다 마음에 담겨있었다.
후배님의 마음은 고맙지만 아무런 기대가... 없다.
죽고 사는 건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며 알 수 없는 인생..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마무리를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그저 지금 나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형편이 되면 65살이 될 때 한국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보고 싶었던 친구를 찾고 KAIST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한 지체들을 만나고 32살에 멈춘 내 삶을 이어 가고 싶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 전화 한 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맙습니다.... 전화 주고 염려해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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