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뭉그적 뭉기적

차작가 2025. 11. 27. 04:01

뭉그적 뭉기적

팟팟팟팟 빗소리에

침대에 몸을 더 깊이 파묻고

뭉그적 뭉기적 잠을 더 청해본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묻어 밤을 애써 만들어

가만히 눈을 감고

어릴 적 할머니 작은 책방에

묵은 책 냄새와 아랫목 냄새를 맡으며

처마 밑에 떨어지던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본다.

기왓장에서 떨어지는 비는

핑퐁 거리며 투명한 발을 만들고

작은방 옆 쪽문의 토란잎엔 또르르 방울방울 구슬이 영글고

장독대엔 오케스트라 연주가 한창

항아리마다 다른 음으로 톡톡 뚱뚱 퉁퉁

대나무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차르르 챠르르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여인의 치맛자락이 된다.

할머니와 이웃집 할머니는 부추를 다듬으며 자식들 이야기

나는 엎드려 책을 읽다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비가 만든 투명한 발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정아 엎드려 책 읽지 마라! 눈 나빠진다!" 할머니 소리에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려 방바닥에 코를 박고

비가 만든 쾌쾌한 냄새가 수면제가 되어

스르르 눈을 감고

또닥또닥 핑퐁 핑퐁

챠르르르 촤아~

토닥토닥 토닥토닥 잘 자라 아가야

뭉그적 뭉기적 빗소리가 만든 자장가에

스르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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