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간쯤에 어느 담벼락 앞에 서 있다. 그동안 길을 가다 예상한 길을 만난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대략 이 정도에서 잠시 생각하기로 정했다. 왜냐면 코너를 돌면 또 다른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담벼락이 보이기도 했고... 길고양이도 만났고... 예쁜 꽃도 소담스럽게 피어있고... 담 넘어 큰 나무가 어쩌면 잠시 쉬어갈 그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 .... 담 앞에 서서 저 넘어를 먼저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길 잘했다. 담 밑에 꽃이 나를 반기고 길고양이도 만나니 그제야 새소리도 들린다. 고양이를 안고 돌아서기로 했다. 한 발자국 걸음을 딛자 새들이 그늘을 만들고 어깨에 내려앉아 내 눈이 되고 내 소리가 되어 길을 안내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