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다
때마침 내리는 비로 젖은 옷을 말려야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큰 창으로 둘러 싸인 작은방이었다.
창 너머로 가깝게 보이는 나무 탓인지
마치 그곳은 큰 나무 위의 새 둥지와 같았다.
커피 한잔하며 하나둘씩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탓인지
달달한 마법의 초콜릿 때문이지
그들을 순식간에 20여 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그곳의 촌스럽고 투박한 한 청년은
첫사랑을 닮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다섯 시간을 기다려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내 아이의 손을 맡길 수 있었던
기타 잘 치던 교회 오빠는 첫눈에 반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의 손을 맡겼던 누님은
그 청년의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을 헤아리며 사는
그 남자는 코스모스를 닮아있었다.
하얀 백구두 멋쟁이 총각은
영화 같은 프러포즈로 현숙한 여인의 마음을 얻었고
학교에서 인기 많았던 오빠는
함께 모차르트를 연주하던 밥 잘 먹던
피아니스트를 사랑해 그녀의 날개옷을 훔쳐
이곳에 잡아 두었다.
그들은 좋은 인연이 되어
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며 상처 입은 새를 보듬는다.
그리고 이것도 인연이니 함께 살자 한다
그곳에선 나는 더 이상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었다.
고귀하고 빛나는 한 마리의 백조였다.
(교회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