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어미나무

차작가 2024. 2. 11. 11:14

푸르고 풍성한 잎으로 옷 입은 너는

반짝이는 햇살에 화려한 보석처럼 빛났고

때로는 치맛자락 잎으로 살랑살랑 춤도 추고

울긋불긋 단풍잎으로 나를 낭만에 젖게도 했는데

화려함을 모두 벗은 이 겨울엔

너를 잠시 잊었단다.

너 아래 가면 항상 들려왔던 지저귀는 새소리 생각에

오랜만에 너를 바라보니

잎이 지고 가지만 남았는 줄 알았는데

지저귀는 새들의 둥지도 있고 커다란 벌집도 남아있구나

너는 거저 춤추는 나무인 줄 알았는데

남몰래 수많은 벌들과 새들의 집이 되어주고

보호자가 되어주었구나

일 년 동안 품었다가 보내는 어미였구나

남 몰래 수고한 너를 이제서야 알았다.

수고했다 어미야

수고했다 친구야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  (0) 2024.02.13
외면하는 빛  (1) 2024.02.13
나를 찾지 말아요  (0) 2024.02.11
내 머릿속 나비 한 마리  (0) 2024.02.11
공평한 햇살이었으면  (0)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