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붓이 되어
낙엽으로 지면에 그림을 그리고
촉촉한 가을비로 낭만을 더한다
떨어진 낙엽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고양이처럼 촉촉한 땅에 꾹꾹이를 하고
나는 그들만의 대화에 궁금해
괜한 손짓을 해본다
그런 내가 외로워 보였는지
혼자 외로운 여우는
오라고 동무가 되어 준다고 눈 짖을 보네고
슬그머니 사슴 부부는 옆으로 와 아는 척을 한다
얼마 전 인사를 한 파랑새는
산책 내내 내 머리 위에 머물다 배웅하며
무심히 편지를 내 손에 쥐어 주고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