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산책

차작가 2024. 2. 26. 14:19

보슬보슬 오는 것 보니 봄비다.

초롱이 산책은 다 시켰다.

같이 산책하면 좋으련만 초롱인 비 맞는 거 싫어한다.

유기견 시절 빗속을 서럽게 걸어서인가 보다.

토닥토닥 우산에 부딪히는 빗 소리가 참 좋다.

오늘은 왜 이리 아버지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살아계실 적엔 잘 생각도 안 하던 내가 뒤늦게 뭔 효녀 컨셉인지..

옛날에... 어릴 때...

"아버지는 몇 살이야?" 하고 물었더니

"40이지" 하실 적 모습만 생각이 난다.

해마다 여쭤도 항상 아버지는 40이라고 대답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는 항상 40세였었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하고 검은색 코트를 입고 퇴근하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다정하셨던 것 같다..

자식이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멀어지고 ...

엄마는 가까워지고..

많이 외로우셨겠다..

아버지..

내일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아침 7시에 병원에 도착을 해야 하고..

한 시간 준비 후 마취를 하고 한 시간 검사를 받고

2시간은 회복실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잡혀있다.

아마도 심장 검사로는 최종인 것 같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이상이 있으면 원인을 발견하는 셈이 되고

이상이 없으면 다른 검사를 해야 되니..

괜히 오늘은 목욕도 해야 될 것 같고...

물고기 물도 갈아줘야 될 것 같고...

빨래도 해 놔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병원에 자주 다니다 보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산책하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서

찬송을 들으며 걸었다. 걷다 보니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비속을 땀이 날 정도로 걸었던 것 같다.

많이 걸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걷게 되었다.

아버지가 계셨어도 이런 이야기는 걱정할까 봐 안 했을 텐데..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진다 오늘은..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약한 예언가  (1) 2024.02.26
맑음  (0) 2024.02.26
너는 내 것이라  (0) 2024.02.26
외로움  (0) 2024.02.26
무자비한 비  (1) 202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