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그림 그리며 재활하기

차작가 2024. 4. 24. 11:04
 

처음 시작은 막막함이었다.

왠지 밝은색부터 칠해야겠다는 느낌이 와서^^

두 번째 큰 산이었던 쓰러진 통나무 색칠하는 것

칠하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열리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나뭇결 문양 넣기 검은색으로 하기로 결정!

통나무 잘려있는 부분 방법 찾기 완료!

호수에 비친 나무들도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함!

가장 고민이 됐던 초롱이 부분 모두 흰색이라 생각이 많았음^^

일단 흰색을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고 눈과 혀 입 등을 칠하며 생각해 보기로 함

눈과 코 혀를 거의 완성해 놓고 흰색 부분만 오일 페인팅으로 해 보기로 결정함

완성!!! 약 한 달 보름 만에 드디어 완성!!!

한 달 조금 넘게 걸린 나의 두 번째 그림 프로젝트가 어제 끝났다.

지금도 수정할 곳이 자꾸 보이지만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수정하는 게 옳은지 그냥 두는 게 나은 지 확신도 없어서

사진 속에 있는 장면과 흡사해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기는 재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왕 그리는 김에 재롱이 아롱이 초롱이와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그림 속에 보이는 호수는 우리 아이들이 5살 8살 때부터 자주 가던 peace valley park이다.

필라에 살 땐 정말 자주 갔었다.

사진 속 장면은 필라에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는데 토네이도가 크게 왔을 때이다.

그 당시 필라에 대략 15년을 살았는데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었다.

인근 도시엔 전기가 끊어지고 지붕이 파손되고 한 도시는 토네이도가 어떤 방향으로 지나갔는지 눈에 보일 정도였다.

도로는 차단되고 여기저기 폭탄을 맞은 것처럼 황량했다.

어느 정도 도로가 복구되자 오랜만에 공원에 나갔더니 큰 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마냥 신난 초롱이를 쓰러진 큰 통나무 위에 올리고 찍은 사진이다.

나무 둘레가 어마어마했었는데 그 큰 나무가 쓰러질 정도로 토네이도가 강했었다.

자주 가던 곳이기도 하고 온 가족의 추억을 담고 싶기도 해 그려 보았다.

그림 그릴 때 일부러 유튜브를 보거나 레슨을 받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배운다든지 영상을 보면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느낌 대로 그리고 칠을 했다.

아크릴로 칠하다가 초롱이만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흰색만 오일 페인팅으로 칠해 봤다.

그려보니 손의 재활보다는 마음이 재활이 더 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은 완성을 했으니 자신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혹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잘 그리고 싶은 마음도 크게 없고 재활 차 하니 학원에서 하는 수업을 따라갈 자신도 없고 혼자 하는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다 보니 흥미가 붙어 최근에는 수채화는 처음부터 시작해 보려고 도화지도 사고 연필도 사고 지우개도 샀다.

아크릴이나 오일 페인팅은 생각보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지금 사용하는 모든 물감류는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에서 내 동생이 전문가용으로 거의 한 박스 보내 줬었는데 그걸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쓰고 남은 걸 지금은 내가 사용하고 있으니 세삼 고맙기도 하고... 이젠 언니가 재활 차 사용하니 좀 마음이... 그렇다.

물감도 찾아보니 수채화 물감 오일 아크릴 각종 붓... 아들이 가져가고 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넉넉하다.

연습하기 위해 이 귀한 물감을 사용하는 건 아무래도 낭비가 될 것 같아서 기본적인 스케치와 물감 농도 조절하는 것 들을 먼저 연습할 생각이다.

어릴 때 미대를 가고 싶었었는데 부모님이 원하지 않으셔서 못 갔는데

그림을 그리며 아버지와 화해도 했다.

돌아가셔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지금처럼 혼자 해도 되는 걸 왜 부모 탓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더 잘할 수 있는 나이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돋보기를 껴야 하고 손도 성하지 않은데도 이렇게 해 내면서....

재활 차 시작한 그림이 지금은 매일 30분에서 40분 정도 그리니 실력도 늘고 손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아주 미세하지만 약지에 힘이 생기고 있는 중이다.

아직 개별적으로 손가락이 움직이는것은 부자연스러워 손목의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이렇게 연습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성큼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라 기대해 본다.

아프고 나니 뭐든지 핑계 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등등..

그림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마음의 재활까지 담당하고 있다.

시작해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