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빴다 할머니는

차작가 2023. 12. 5. 12:11

늦은 밤 시골집 부엌은 나에겐 귀신의 집

빗장이 쳐져 있는 부엌문을 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뒷문이 벌컥 열리면 어쩌나

시커먼 아궁이에서 용이 나오면 어쩌나

물주전자는 보이지 않고

컴컴한 부엌에 보이는 건 이상한 그림자뿐

저녁에 물주전자 머리맡에 놓고 자라고 하던

할머니 말 들을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물주전자 들고 뛰어나오느라

부엌문 안 닫았다고 할머니에게 혼이 나고

나빴다 할머니

그냥 아기인데 그냥 갖다주면 안 됐었나.

이유 모르는 귀양살이한 어린 나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억울하다.

사업 실패한 큰아들 잘못을 나에게 풀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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