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생활

Oak Point Park에서

차작가 2023. 12. 5. 12:32
 
 

한 이틀을 바쁘게 보내고 오늘은 좀 여유롭게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12월인데 이제서야 달라스는 단풍이 들고 초가을의 아름다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가는 북부의 가을과는 달리 여긴 제법 가을이 길다.

오늘도 날씨가 따듯해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점심을 천천히 먹고

3시 반 조금 지나 남편과 함께 Oak Point Park를 걸었다.

조그마한 호수를 끼고 걷는 산책로를 걷다 보니 어디에서 날아온 철새인지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엄마들처럼

부지런히 호수 주변을 헤매며 날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월요 일이라서인지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매력적이었다.

대략 호수 주변 산책로는 1마일 정도 되어 보였다.

주변에 몇 갈레 길이 있었지만 오늘은 호수를 돌고 난 뒤

호수 주변에 앉아서 철새를 구경하며 하루 묵상한 글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수가 있어서 그런지 나는 조금 쌀쌀했다.

가지고 온 털 후드를 입고 걷는데 대부분 반바지 차림인데 나만 겨울이었다.

이럴 때 나는 항상 "이사를 잘 왔어..."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달라스의 가을은 1월까지 간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9월까지는 좀 덥긴 하지만 가을이라 치고 살면 그만이다.

중년이 되니 사람과의 관계도 조금씩 정리가 되고

불필요한 것들은 조금씩 가지치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숲의 민낯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미세한 바람이 호수 물을 일렁이는 걸 보며

깊은 물 같은 사람의 마음을 보기 위해선 한 됫박씩 길어내면 보이는 것처럼

내 인생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이 숲의 깊은 곳을 열어주듯이.....

올수 있는 계절에 물멍 하러 자주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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