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버려짐의 자유

차작가 2024. 2. 6. 11:40

순결한 나그네는 외로운 여행길에 길을 잃고

우연히 하룻밤 묵을 집에 짐을 풀었다.

막상 하룻밤 묵고 떠나려니

소망이 없는 사람들이 가여워 빛을 나누기로 한다.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몇 년이 흘러

다 내어줘도 피우지 못한 소망이 절망이 되고

자신의 살이 갉아먹히고

나그네의 가슴도 갉아먹히고

그를 은 입고 있던 나그네의 외투를 태워 길가에 버렸다.

버려진 나그네는....

그때 그의 길을 갔어야만 했었다고...

후회도 해 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생인 것 같아 슬피 운다.

이웃이 아니라 도적이었던 것을...

막상 떠나려니 외투도 가방도 빼앗겨 버리고 상처만 남아 용기가 없다.

그들은 그 집의 주인을 죽이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지나가던 나그네를 붙잡아 외투를 빼앗고

소망을 빼앗아 절망의 밥을 짓고

모든 걸 빼앗았을 때 버리는 도적들이었다.

 

나그네는 슬 피우다 지저귀는 예쁜 새들의 노래를 듣고

노래에 마음이 씻기고 귀가 열리고 눈물이 흐른다.

아비 잃은 작은 새들이 온몸으로 하나님을 높이고

나그네는 그 소리에 그래 잘 버려졌다...

버려짐이 은혜임을 자유임을 깨닫는다.

차라리 아비 잃은 새들의 어미가 아비가 되어 사는 게

도적들과 사는 것보다 축복인 것을....

버려짐이 축복임을.... 여기가 천국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외투 없이 나왔지만 새소리가 외투가 되고

나그네는 그 새들을 품어 가족이 되니 여기가 천국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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