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바람과 마주 보며 서있다. 어젯밤 비가 더위를 씻긴 듯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회오리 소리와 함께 몸을 감았다 놓았다 반복하고 나는 바람에 저항하듯 다리에 힘을 주고 옷자락을 펄럭이며 서 있다. 짧았던 지난봄은 병마로 보지 못했기에 혹시나 회오리바람 속에 봄이라도 찾을까 기대한다. 그래 포근함도 있구나! 짧은 만남이었지만 분명히 너도 있었다. 기나긴 겨울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속에 너도 있었다. 이 바람도 지나가면 내년에나 보겠지만 작은 회오리바람은 돌아오지 않을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