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지매 하얀 봉투를 들고 들어오신다. "정아 니 글 읽을 줄 알제!" 또랑또랑 읽어 드리면 심각해지셨다가 웃으시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 이시기도 하는 아지매 다 읽고 나면 "니 아버지 밥 안 묵어도 배부르겠다" 하셨다. 할머니 고모 집 가실 땐 수도요금 전기요금 각종 편지 읽는 아르바이트 타임 어릴 적 귀양살이 시골집 몇 년은 우는 동생 달래주기 동생 머리 묵어주기 한여름 모깃불 피우고 옥수수 먹으며 대문만 바라보며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 아빠 기다리는 서글픔 밤 부엉이 우는소리 듣고 배고픈 마음 붙잡고 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는 진짜 밥 안 먹어도 배부르셨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