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하나님에게 거룩한 산 제사로 드렸다면 내 몸은 없는 상태이다. 비록 눈에 보인 육신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살아가지만 내 몸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해서 있는 몸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몸으로 살아갈 때 그 삶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하는 것이다.
본문의 내용은 분명히 실천하라는 것으로 들려진다. 그러나 사실 말씀 하나하나는 우리의 능력 밖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지 그릇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애당초 빛이 없는 그릇은 결코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이 없는 그릇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빛 되는 것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신자가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속에 그리스도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릇은 단지 빛을 담고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것이 신자이다. 신자란 그리스도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때문에 신자의 노력과 실천으로 인해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와 동행하시는 그리스도 스스로 자신을 증거하신다.
성경:
14절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
15절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16절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하지 말라
17절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18절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19절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20절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21절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해석:
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뜻은 무슨 의미인가? (21절)
이것을 말하기 전에 먼저 악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 악을 이기라고 했다면 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바른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문에서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씀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갑자기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악이 무엇이냐는 문제는 이미 12장에서 언급을 하고 있다.
2절에 보면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악은 이 세대를 본받아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세대가 어떻게 살기에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할까? 신자가 본받지 말아야 할 이 세대의 삶은 자신을 위한 자기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대를 본받지 않는 삶은 몸을 하나님에게 산 제사로 드린 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삶이 3-20절까지의 말씀이다.
내 몸이 없고 그리스도에게 드려진 몸이기에 그리스도라고 하는 한 몸의 지체로 사는 것이다. 즉 우리는 지체일 뿐이다. 지체의 자리에서 서로 지체의 관계로 살아가는 것이 이 세대를 본받지 않는 것이고, 2절에서 말씀하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현되고 실천되는 곳이 바로 주님의 피로 세우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각자의 몸으로 모이는 것이고 아니고 오직 그리스도의 지체로 모이는 것이다. 만약 교회로 모이면서 자신의 몸을 포기하지 못한 채 모인다면 그것이 곧 이 세대를 본받아 사는 것이고 오늘 말씀처럼 악에게 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적용:
본문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들 주변에 나를 핍박하는 자를 보내시기도 하시고, 때로는 무시하고 욕하는 자, 시기 나는 자, 원수 같은 자들을 보내시기도 하신다. 이 모두가 우리를 도구 삼아서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일 앞에서 '왜'라는 말을 할 수 없다. '왜?'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몸을 그리스도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증거일 뿐이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라는 말씀은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하나님을 핍박하고 훼방했던 우리 자신에 대해서 하나님이 어떻게 하셨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하나님은 저주받아 마땅한 우리를 축복하시고 사랑과 자비하심으로 산 자가 되게 하셨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부르셔서 사랑과 자비를 주셨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도구로 삼아서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하심을 증거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말씀하는 것이다.
결국 신자가 악에게 지는 것은, 그리고 악을 행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왜 나에게 사랑을 주시고 자비를 베푸셨는가를 잊어버린 데서 출발한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지 못하는 것이 악이며 높은데 마음을 둠으로써 형제와 마음을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악이다. 그리고 항상 악을 악으로 갚으려고 하는 것이 악이다.
악은 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즉 핍박하는 자를 저주한다는 것 자체가 악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사람의 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악인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인생을 주신 것은 우리의 일을 이루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십자가에서 주님이 다 이루신 하나님의 일로 인해서 저주받아야 할 우리가 생명을 얻게 되었다. 이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자신이 핍박을 받고 욕을 먹고 무시는 당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내가 바로 주님에 대해 그런 자였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풀어진 사랑과 자비하심이 정말 감사하기 때문에 핍박하는 자에게 축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다. 즉 주님의 사랑과 자비하심이 이기는 것이지 우리의 신앙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베풀어진 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우리 자신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를 생각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사랑과 자비하심이 우리로 하여금 악을 이기는 자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오늘 말씀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악을 선으로 이기는 한 해가 되기 위해 주님 앞에 엎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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