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2

물 위를 걷는 삶

선선하게 바람 불어 좋은 날 물가엔 아이들이 뛰어놀고 나는 물 위를 걷고 있다. ​ 배 안에 옹기 종기 앉아 찬송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나는 물 위를 걷고 있다. ​ 꿈같기만 한 물 위를 걷는 삶 나에겐 한걸음 한 걸음이 은혜 없이 불가능한 삶 ​ 은혜로 내딛는 한 걸음이 기적인 삶 주님 손잡고 계신 줄 알지만 배에 앉아 찬송이나 할 걸 후회도 해 보지만 이미 물 위에 서 있다면 끝까지 가야 하는 삶 ​ 은혜 없이는 도착할 수 없는 끝까지 주님 손잡고 가야 할 삶 물 위를 걷는 삶

나의 시 2024.02.28

산책

보슬보슬 오는 것 보니 봄비다. 초롱이 산책은 다 시켰다. 같이 산책하면 좋으련만 초롱인 비 맞는 거 싫어한다. 유기견 시절 빗속을 서럽게 걸어서인가 보다. 토닥토닥 우산에 부딪히는 빗 소리가 참 좋다. ​ 오늘은 왜 이리 아버지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살아계실 적엔 잘 생각도 안 하던 내가 뒤늦게 뭔 효녀 컨셉인지.. 옛날에... 어릴 때... "아버지는 몇 살이야?" 하고 물었더니 "40이지" 하실 적 모습만 생각이 난다. 해마다 여쭤도 항상 아버지는 40이라고 대답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는 항상 40세였었다.. ​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하고 검은색 코트를 입고 퇴근하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다정하셨던 것 같다.. 자식이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멀어지고 ... 엄마는 가까워지고...

나의 시 2024.02.26

외로움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깊은 밤 심장은 불안으로 미친 듯이 뛰고 그 소리는 적막을 깨고 마음을 난도질한다. ​ 손가락을 허공에 뻗어 움직여 보고 발가락을 만져도 보고 내쉬는 숨을 들어도 보고 허공을 응시하며 사방을 둘러도 보고 그래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지 확인해 본다. ​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오지 않는 것은 깊은 외로움이다.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신다는 주님의 말씀이 끊임없이 마음을 두드리지만 내 것이다가도 남의 것이 되는 연약한 믿음은 나의 죄이다. ​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으신 주님은 이 순간도 함께하시는데 나는 오갈 데 없는 고아처럼 이 밤이 이렇게 외롭다. ​ 나의 외로움은 내가 아픈 현실보다 더 깊음이다. ​

나의 시 2024.02.26

무자비한 비

무심하게도 비가 온다 창을 때리듯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창문에 던져진 비는 무늬를 남기고 떨어지고 남기고를 반복하고 있다. ​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피할 길이 있는데 나에게만 쏟아지는 비는 피할 길이 없다 왜 나에게만 이리도 혹독한지 차갑고 서늘한 비는 내 가슴을 도려내고 피할 길 없는 비는 삶의 미련의 무늬를 남기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남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의 시 2024.02.26

은혜로운 수선화

눈이 녹은 자리에 수선화 싹이 돋아 있다. 눈이 씻겨간 자리에 수선화의 어린 닢이 고개를 내 민다. ​ 마치 아기 오리주둥이를 닮은 잎은 차갑고 단단한 땅을 뚫고 나왔지만 깨끗하고 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 ​ 어떻게 상처 하나 없이 맑고 고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내 얼굴에는 고생한 티가 이렇게 남아있는데 나의 하나님은 불공평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은혜인가 보다.

나의 시 2024.02.26

좋은 인연

나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다 때마침 내리는 비로 젖은 옷을 말려야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큰 창으로 둘러 싸인 작은방이었다. 창 너머로 가깝게 보이는 나무 탓인지 마치 그곳은 큰 나무 위의 새 둥지와 같았다. ​ 커피 한잔하며 하나둘씩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탓인지 달달한 마법의 초콜릿 때문이지 그들을 순식간에 20여 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 그곳의 촌스럽고 투박한 한 청년은 첫사랑을 닮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다섯 시간을 기다려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 내 아이의 손을 맡길 수 있었던 기타 잘 치던 교회 오빠는 첫눈에 반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의 손을 맡겼던 누님은 그 청년의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 그녀와의 첫 만남을 헤아리며 사는 그..

나의 시 202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