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3

좋은 인연

나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다 때마침 내리는 비로 젖은 옷을 말려야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큰 창으로 둘러 싸인 작은방이었다. 창 너머로 가깝게 보이는 나무 탓인지 마치 그곳은 큰 나무 위의 새 둥지와 같았다. ​ 커피 한잔하며 하나둘씩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탓인지 달달한 마법의 초콜릿 때문이지 그들을 순식간에 20여 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 그곳의 촌스럽고 투박한 한 청년은 첫사랑을 닮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다섯 시간을 기다려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 내 아이의 손을 맡길 수 있었던 기타 잘 치던 교회 오빠는 첫눈에 반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의 손을 맡겼던 누님은 그 청년의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 그녀와의 첫 만남을 헤아리며 사는 그..

나의 시 2024.02.26

오랜 친구

머릿결 풍성했던 내 청춘 한껏 깃 세우며 멋부리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언제나 내 곁에 함께했던 오랜 친구가 있었지 먼지 쌓인 내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주던 그대 서툴렀던 나의 청춘도 당신 때문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네 ​ 그땐 철없어서 눈만 쳐다봐도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었고 내 오랜 친구는 온 동네를 웃음으로 장식했고 그 웃음으로 한 사내의 가슴을 뜨겁게도 했었지 그렇게 그녀는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었지 ​ 오늘도 천만 번도 족히 들었던 오랜 추억은 고스란히 묻어나는 우리들의 오랜 인연이었지 당신이 있었기에 나는 행복했다오 그 언제가 우리가 이별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 서로를 기억하며 배웅해 줄 나의 오랜 친구들 그리고 그대들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했다오. ​ (나의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은 본 시)

나의 시 2024.02.24

달콤 살벌한 딸

답장을 받기 위해 달콤한 메시지를 보내면 하루가 지나서야 한 토막의 답장을 하시는 그녀 그 사무적인 답장에도 안심하게 만드는 신묘하기도 달콤하기도 한 내 딸 자주 보내면 스토커로 오해하시기에 눈치 봐가며 안부를 물어야 하는 나에겐 달콤하기보다 살벌한 딸 너는 좋겠다 항상 이기는 싸움만 해서 그래... 세상에선 지는 일이 더 많을 텐데 이 엄마에게만은 얼마든지 이기렴 나는 얼마든지 지는 싸움만을 할 테니 달콤 살벌한 내 따님

나의 시 2024.02.24

마음이 이럴 때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물고 시작은 있는데 끝은 보이지 않고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 둘 수도 없는 그런 엉망인 마음이 지배하면 나는 일단 손을 끊임없이 움직인다. 뭔가 생산적이고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에 몰두하거나 내가 바라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잠시 산책을 나가거나 이렇게 글을 쓰곤 한다. 마음이 이럴 땐 믿음 있는 신자의 모습도 찬양이나 기도를 하는 모습도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기에 나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 된다. ​ 마음이 이럴 때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가만히 있는다. 뭔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더 엉망이 되기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이기에 마음이 이럴 때는

나의 시 2024.02.24

타이밍

그냥 걸었다 낙엽 밟는 소리 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물이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 ​ 쉼 없이 달려온 내 인생 도대체 나의 굿 타이밍은 언제일는지 이렇게 자연은 늘 굿 타이밍에 열심히 움직이는데 너무한 나의 타이밍은 언제 찾아올는지 ​ ​ 한참 걷다 집에 오는 길 아침부터 온다고 한 비는 이제서야 내리고 좋은 날씨 만끽하고 돌아온 길이라 이것이 내 인생의 굿 타이밍이라고 치면 난 좀 억울할 것 같다. ​ 그놈의 타이밍 하나님의 허락한 타이밍은 천국 갈 때나 찾아 오려나

나의 시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