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담벼락을 만나면

차작가 2024. 2. 7. 14:15

삶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간쯤에

어느 담벼락 앞에 서 있다.

그동안 길을 가다

예상한 길을 만난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대략 이 정도에서

잠시 생각하기로 정했다.

왜냐면 코너를 돌면

또 다른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담벼락이 보이기도 했고...

길고양이도 만났고...

예쁜 꽃도 소담스럽게 피어있고...

담 넘어 큰 나무가

어쩌면 잠시 쉬어갈

그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 ....

담 앞에 서서

저 넘어를 먼저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길 잘했다.

담 밑에 꽃이 나를 반기고

길고양이도 만나니

그제야 새소리도 들린다.

고양이를 안고 돌아서기로 했다.

한 발자국 걸음을 딛자

새들이 그늘을 만들고

어깨에 내려앉아 내 눈이 되고

내 소리가 되어 길을 안내한다.

그래...

가다가 또 담벼락을 만나더라도

나는 새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나고

또 그렇게 돌아서

가야 할 길을 가면 될 것이다.

2018년 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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