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간쯤에
어느 담벼락 앞에 서 있다.
그동안 길을 가다
예상한 길을 만난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대략 이 정도에서
잠시 생각하기로 정했다.
왜냐면 코너를 돌면
또 다른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담벼락이 보이기도 했고...
길고양이도 만났고...
예쁜 꽃도 소담스럽게 피어있고...
담 넘어 큰 나무가
어쩌면 잠시 쉬어갈
그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 ....
담 앞에 서서
저 넘어를 먼저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길 잘했다.
담 밑에 꽃이 나를 반기고
길고양이도 만나니
그제야 새소리도 들린다.
고양이를 안고 돌아서기로 했다.
한 발자국 걸음을 딛자
새들이 그늘을 만들고
어깨에 내려앉아 내 눈이 되고
내 소리가 되어 길을 안내한다.
그래...
가다가 또 담벼락을 만나더라도
나는 새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나고
또 그렇게 돌아서
가야 할 길을 가면 될 것이다.
2018년 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