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1

너는 좋겠다

너는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또 뜨거운 해가 내리쬐도 언제나 똑같구나 ​ 나는 조금만 어지러워도 온 마음이 불안하고 회오리치듯 수많은 감정들로 불안해하는데 너는 언제나 똑같구나 ​ 밤새 괴로움을 털어내지 못한 채 수만 가지 생각으로 너를 보며 인사를 건네면 언제나 바라봐 주는 너는 언제나 똑같구나 ​ 너는 좋겠다 연약한 잎을 가져도 누군가에 인사를 건네는 얼굴이 있어서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너지만 불안하지 않은 인생을 살수 있어서... 너는 참 좋겠다 나 같지 않아서

나의 시 2024.02.17

손안에 햇살을 담다

손안에 햇살을 담아도 슬플 때가 있었습니다. 고뇌로 뒤척이다 뜬눈으로 어둠을 응시한 채 밤을 새우고 아침에 거울을 보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어 있는 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 손안에 다시 햇살을 담아 그때를 돌아보니 그때는 없었던 희망이 손 위에 있습니다. 백발이 되었던 내 머리카락은 다시 옛 모습을 찾았고 할 말이 없게 만든 나의 나쁜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낍니다. ​ 내 손안에 햇살은 그때나 지금이나 반짝이며 빛났는데 내 손은 그때와는 다른 손이기에 담을 수 있는 건 담게 되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 보내야 될 것은 흘러 보낼 줄 아는 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시 2024.02.17

팽목항 4.16

팽목항에서 무너져 내린 어미의 찢어진 가슴은 너들 너들 누더기가 되어 바다에 뿌려지고 어미는 그 누더기라도 아이들 품에 닿을 수만 있다면 아쉬울 것 없는 몸둥이기에 온몸을 날려 나도 내 아이따라 가련다 가련다 ​ 우메하고 어리석은 목사는 가시와 꽃잎을 들고 가시는 그 가여운 어미의 가슴에 꽂고 꽃잎은 이세벨의 머리에 뿌리네 이 어미는 어찌할고 상하고 찢긴 가슴에 가시가 꽂혀 고통을 더하니 누가 이 어미의 눈물을 위로할꼬 씻어줄고 ​ 신이 이세벨의 머리를 정의의 칼로 자르니 그 피가 땅을 적시고 사냥개가 핥으니 그 피가 온 팽목항을 물들이고 바다로 흐른다 ​ 정의의 신이시여! 당신의 칼로 악은 심판받고 불쌍한 어미는 위로받으니 당신의 정의로 아이들의 억울함을 밝힐까 ​ 순결한 아이가 우는 것은 어미의 눈물..

나의 시 2024.02.17

환영해 무엇이든

"환영해 무엇이든" ​ 잠자는 줄 알았는데 내 머릿속 공황 나비는 날아가고 비워져 있던 동전만 한 공황 나비의 흔적은 새로운 주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 웬만한 건 막을 수 있는 특효약이 살살 발라져 아물기 시작하고 가끔씩 찌릿 찌릿 딱지가 앉는지 간지럽기는 하지만 ​ 나는 분명히 낫고 있다. ​ 햇살만인 줄 알고 열어보면 차가운 칼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괜찮아 환영해 네가 무엇이든지 ​ 나는 분명히 낫고 있기 때문이야.

나의 시 2024.02.14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비는 속절없이 내리고 늦은 아침 잠자리에 누워 마음도 몸도 뭉게 본다 ​ 추적추적 빗소리가 나를 이기고 음악처럼 흐르는 비에 가시돋은 마음을 흘려보낸다 ​ 그 옛날 밤새 하얗게 세게 만든 흰머리의 아픔도 무쇠 같았던 무거웠던 마음도 흘려보낸다 ​ 비와 함께 이젠 무쇠같은 마음도 세어버린 흰머리도 흘러간 세월이 되어 떠나보낸다

나의 시 2024.02.14

해 질 녘

낮을 밝히던 태양은 점점 빛을 잃고 한낮을 가득 채우던 빛 대신 그리움을 담은 달빛과 포근한 가로등이 밤을 채운다 ​ 점점 사라지는 빛이 참 아쉬운 나이가 되었지만 포근한 가로등과 그리움 가득 담은 달빛이 편안한 나의 중년 같아 좋다 달빛에 비쳐 적당히 가려진 세상 언제나 죽을 수 있는 인생 앞에 해는 져도 손위에 달빛을 담아본다 ​ 해는 지고 내일 떠오를 해가 나의 하루가 될 거라고 약속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오늘 밤 달빛을 담아 빈손이 아니라 감사하다 ​

나의 시 2024.02.14

다 나쁜 것만은 아니야

햇살이 좋아 나가보면 쌀쌀한 공기에 몸이 움츠려들고 이럴 땐 이렇게 문을 열어두고 바라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야. 뉴스엔 반가운 소식도 없고 암울한 마음뿐이지만 가끔은 모두 집에서 바쁠 필요도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 바쁘지 않은 일상이 바쁘지 않은 마음이 되고 그렇게 평안을 지킨다면 하나님의 마음도 알아가겠지 이참에 그동안 미루었던 청소도 하고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자전거도 타고 오랜만에 아내를 위해 밥도 지어보면 다 나쁘지만 않은 혼란이 되니 다 나쁜 것만은 아니야.

나의 시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