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3

함께 하시는 하나님

함께 하시는 하나님 공포 속에 웅크리고 있던 순간에도 무서움에 떨게 한 모두 잠든 그 밤에도 늘 깨어 혼자 두지 않으신 하나님 ​ 사망의 음침한 시간 속에 갇혀 있을 때에도 내 안에 소망의 빛으로 삼켜지지 않게 항상 도우시는 하나님 그 순간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 뜬 눈으로 밤을 응시할 때 하나님은 어디에도 없는듯한 어두움이 나를 잔인하게 덮치는 것 같지만 ​ 하나님은 어둠 속이 아니라 내 안에서 걱정 마라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의 심장은 내 것이란다. 날 믿어라 하신다.

나의 시 2024.02.17

너는 좋겠다

너는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또 뜨거운 해가 내리쬐도 언제나 똑같구나 ​ 나는 조금만 어지러워도 온 마음이 불안하고 회오리치듯 수많은 감정들로 불안해하는데 너는 언제나 똑같구나 ​ 밤새 괴로움을 털어내지 못한 채 수만 가지 생각으로 너를 보며 인사를 건네면 언제나 바라봐 주는 너는 언제나 똑같구나 ​ 너는 좋겠다 연약한 잎을 가져도 누군가에 인사를 건네는 얼굴이 있어서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너지만 불안하지 않은 인생을 살수 있어서... 너는 참 좋겠다 나 같지 않아서

나의 시 2024.02.17

손안에 햇살을 담다

손안에 햇살을 담아도 슬플 때가 있었습니다. 고뇌로 뒤척이다 뜬눈으로 어둠을 응시한 채 밤을 새우고 아침에 거울을 보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어 있는 나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 손안에 다시 햇살을 담아 그때를 돌아보니 그때는 없었던 희망이 손 위에 있습니다. 백발이 되었던 내 머리카락은 다시 옛 모습을 찾았고 할 말이 없게 만든 나의 나쁜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져 감을 느낍니다. ​ 내 손안에 햇살은 그때나 지금이나 반짝이며 빛났는데 내 손은 그때와는 다른 손이기에 담을 수 있는 건 담게 되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 보내야 될 것은 흘러 보낼 줄 아는 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시 2024.02.17

팽목항 4.16

팽목항에서 무너져 내린 어미의 찢어진 가슴은 너들 너들 누더기가 되어 바다에 뿌려지고 어미는 그 누더기라도 아이들 품에 닿을 수만 있다면 아쉬울 것 없는 몸둥이기에 온몸을 날려 나도 내 아이따라 가련다 가련다 ​ 우메하고 어리석은 목사는 가시와 꽃잎을 들고 가시는 그 가여운 어미의 가슴에 꽂고 꽃잎은 이세벨의 머리에 뿌리네 이 어미는 어찌할고 상하고 찢긴 가슴에 가시가 꽂혀 고통을 더하니 누가 이 어미의 눈물을 위로할꼬 씻어줄고 ​ 신이 이세벨의 머리를 정의의 칼로 자르니 그 피가 땅을 적시고 사냥개가 핥으니 그 피가 온 팽목항을 물들이고 바다로 흐른다 ​ 정의의 신이시여! 당신의 칼로 악은 심판받고 불쌍한 어미는 위로받으니 당신의 정의로 아이들의 억울함을 밝힐까 ​ 순결한 아이가 우는 것은 어미의 눈물..

나의 시 2024.02.17

환영해 무엇이든

"환영해 무엇이든" ​ 잠자는 줄 알았는데 내 머릿속 공황 나비는 날아가고 비워져 있던 동전만 한 공황 나비의 흔적은 새로운 주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 웬만한 건 막을 수 있는 특효약이 살살 발라져 아물기 시작하고 가끔씩 찌릿 찌릿 딱지가 앉는지 간지럽기는 하지만 ​ 나는 분명히 낫고 있다. ​ 햇살만인 줄 알고 열어보면 차가운 칼바람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괜찮아 환영해 네가 무엇이든지 ​ 나는 분명히 낫고 있기 때문이야.

나의 시 2024.02.14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비는 속절없이 내리고 늦은 아침 잠자리에 누워 마음도 몸도 뭉게 본다 ​ 추적추적 빗소리가 나를 이기고 음악처럼 흐르는 비에 가시돋은 마음을 흘려보낸다 ​ 그 옛날 밤새 하얗게 세게 만든 흰머리의 아픔도 무쇠 같았던 무거웠던 마음도 흘려보낸다 ​ 비와 함께 이젠 무쇠같은 마음도 세어버린 흰머리도 흘러간 세월이 되어 떠나보낸다

나의 시 2024.02.14

해 질 녘

낮을 밝히던 태양은 점점 빛을 잃고 한낮을 가득 채우던 빛 대신 그리움을 담은 달빛과 포근한 가로등이 밤을 채운다 ​ 점점 사라지는 빛이 참 아쉬운 나이가 되었지만 포근한 가로등과 그리움 가득 담은 달빛이 편안한 나의 중년 같아 좋다 달빛에 비쳐 적당히 가려진 세상 언제나 죽을 수 있는 인생 앞에 해는 져도 손위에 달빛을 담아본다 ​ 해는 지고 내일 떠오를 해가 나의 하루가 될 거라고 약속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오늘 밤 달빛을 담아 빈손이 아니라 감사하다 ​

나의 시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