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늘 내 마음보다 앞서가는 세월은 배려라곤 전혀 없다 조금만 천천히 가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앞도 옆도 돌아보며 가고픈 건 내 마음뿐이고 맨날 아쉬운 마음에 뒤만 돌아 보기 바쁘다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고 내일은 잘 쫓아가야지 해봐야 솔직히 자신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누울 수도 없는 내 나이 내 앞서 달려가는 세월은 배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얄자 없는 빚 독촉장이다 나의 시 2024.02.23
차라리 소낙비 같았더라면 갑자기 천둥 번개 가 치고 비가 사납게 내리는 날 차라리 소낙비 같았더라면 흠뻑 젖어 버리고 말았을걸 조용히 내리는 도둑비는 이른 새벽에 내려 젖는 줄도 몰랐다 하나님이 나에게 고난을 허락하시려면 도둑비가 아니라 소낙비이길 한번 젖고 마는 고난이기를 왜 하나님은 나에게 도둑비를 주셔서 조금씩 젖어들어 삼켜 버리시는지 이젠 도둑비도 소낙비도 아닌 마른 볕을 주셔서 젖은 옷도 말리며 평안히 쉬면 좋으련만... 나의 시 2024.02.23
걸려있는 눈물 속상하지만 내 감정은 현실과 합의했다 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은 언제나 찾아오는 불청객이기에 빨리 보내주는 게 감정의 손해를 덜 본다 분명히 불청객도 보냈고 내 잘못도 아닌 일인데 떨어지지도 않고 하루 종일 눈에 걸려있는 눈물은 반갑지 않은 상처이다 아무리 감정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걸려있는 건 참는 게 습관이었던 얄궂은 버릇에서이다 나의 시 2024.02.23
뒤늦은 용서 조금 늦었지만 미안하다 용서해라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미 용서했는 줄 알았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아려오고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용서했고 이해한답니다. 그때의 당신은 엄마는 처음이라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처음으로 그날 밤 백 점 맞는 꿈을 꿨어요 당신이 용서를 빈 그날 밤 아마도 그 고백이 나를 치유하고 가슴속 나도 몰랐던 오래 묵은 응어리를 내려가게 했었나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슬프고 눈물이 나는 건 아마도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 옛날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마음을 알고도 모른 척 한 나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냥 눈물이 납니다. 말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괜스레 화내는 걸로 대신한 마음을 이제서야 용서.. 나의 시 2024.02.23
가족이란 요즘은 따뜻해져서 밤에도 초롱이는 산책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밤에는 산책 금지였는데 봄이오니 초롱이는 저녁 운동 갔다 오면 자기가 산책하는 시간인 줄 알고 즐거워한다. "산책 시간~" 하며 운동 끝내고 들어오면 빨리 리쉬를 하라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 함께 나가는 게 즐거운가 보다. 그런데 이날은 내가 깜빡 잊고 마스크를 문 앞에 두고 갔었다. 사람을 만날 확률이 없어서 그냥 갔는데 하필이면 산책 시간 사람을 만나게 되었었다. 그래서 내가 인도로 같이 가다가 차 뒤로 살짝 비켰다가 사람이 지나가고 다시 나타나니 초롱이는 놀랐나 보다. 초롱이 입장에선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데 엄마가 사라지고 없으니 정말 가슴이 철렁했었나 보다. 금방 내가 다시 나타나긴 했지만 그 이후론 산책을 하지 못하고 한 발짝 가다가.. 반려견 반려묘 이야기 2024.02.23
짝사랑 아롱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초롱이는 아롱이를 사랑한다. 그래서 엄청 귀찮게 쫓아다닌다. 아롱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반의반이라도 재롱이를 사랑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롱이는 왕따다 ㅠㅠ 간혹 문을 열 때 아롱이가 탈출을 하면 "왜 그랬어!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하며 나무라는 걸 보면 눈물겹다. 둘이 돌돌 말려서 같이 자는 걸 보면 참 귀엽다. 재롱이가 집에 들어오면 "으르렁~" 난리를 쳐도 아롱이는 핥아준다 이놈의 짝사랑은 눈물겹다~ 반려견 반려묘 이야기 2024.02.23
손바닥 묵상 2 - 민수기 11장에서 20장 묵상 오늘 읽은 말씀 중에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가 구스 여인을 취한 것을 두고 비방하는 일로 인해 미리암이 나병을 걸리는 장면을 보고 왜 하나님은 아론도 똑같이 비방했는데 미리암에게만 나병을 내리셨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자세히 읽게 되었다. 정확한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론은 제사장 직분을 감당해야 해서 나병은 그 당시 부정한 것으로 생각해서 성막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미리암이 나병에 걸리는 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병이 걸리면 성막뿐만 아니라 회중을 떠나 격리해야 하므로 제사장 역할을 할 수도 없고 제사장으로서 치명타를 입으므로 백성의 죄를 대신하여 제사를 드리는 역할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자세히 묵상하니 단지 비방이 문제가 아니었다. .. 손바닥 묵상 2024.02.22
우리들의 청춘 기분 좋게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는 항상 동성로 예쁜 카페에 친구와 마주 앉아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 나의 청춘으로 돌아간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우리는 즐거웠었고 작은 걱정거리는 있었지만 꿈이 넘치는 청춘이었다. 한참을 지나도 끝나지 않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점점 거세지는 빗속을 우산 없이 걸으며 한 정거장만 걷자던 계획과는 다르게 결국 집까지 걸어가게 만든 친구와 나의 청춘이었다. 나의 시 2024.02.22
나의 어린 시절 다람쥐같이 뛰어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 산골짝 개울물 언 계곡 위에 엎드려 얼음 속 겨울잠을 깬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동화 속 나라에 잠겨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 계곡엔 어두움이 내려앉아 컴컴한 밤이 찾아들고 그제서야 겁이 덜컥 어두움은 공포와 바람에 뒤엉켜 나를 계곡에서 밀어내고 로켓을 쏜 마냥 발은 하늘을 날았던 나의 어린 시절 골목길에 접어들면 달큼한 밥 짓는 냄새 그러나 집엔 기다렸던 밥도 엄마는 보이지 않고 외로움 가득했던 나의 어린 시절 검붉게 물든 지붕 위로 지는 해가 나를 혼자 반겨주었던 외롭고 쓸쓸했던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시 2024.02.22
게으름뱅이 봄 약속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 무슨 치장을 그렇게 오래 하는지 게으른 봄은 아직도 내 앞마당에 꽃을 보여주지 않는다 약속시간 늦는 게 센스 있는 아가씨라 여기는양 뭐가 그리 당당한지 오늘은 꽃이 피려나 살펴보면 아직도 그 자리이다 나의 시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