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226

세월

늘 내 마음보다 앞서가는 세월은 배려라곤 전혀 없다 ​ 조금만 천천히 가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앞도 옆도 돌아보며 가고픈 건 내 마음뿐이고 맨날 아쉬운 마음에 뒤만 돌아 보기 바쁘다 ​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고 내일은 잘 쫓아가야지 해봐야 솔직히 자신이 없다 ​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누울 수도 없는 내 나이 내 앞서 달려가는 세월은 배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얄자 없는 빚 독촉장이다

나의 시 2024.02.23

차라리 소낙비 같았더라면

갑자기 천둥 번개 가 치고 비가 사납게 내리는 날 차라리 소낙비 같았더라면 흠뻑 젖어 버리고 말았을걸 ​ 조용히 내리는 도둑비는 이른 새벽에 내려 젖는 줄도 몰랐다 ​ 하나님이 나에게 고난을 허락하시려면 도둑비가 아니라 소낙비이길 한번 젖고 마는 고난이기를 ​ 왜 하나님은 나에게 도둑비를 주셔서 조금씩 젖어들어 삼켜 버리시는지 ​ 이젠 도둑비도 소낙비도 아닌 마른 볕을 주셔서 젖은 옷도 말리며 평안히 쉬면 좋으련만...

나의 시 2024.02.23

걸려있는 눈물

속상하지만 내 감정은 현실과 합의했다 ​ 살다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은 일들은 언제나 찾아오는 불청객이기에 빨리 보내주는 게 감정의 손해를 덜 본다 ​ 분명히 불청객도 보냈고 내 잘못도 아닌 일인데 떨어지지도 않고 하루 종일 눈에 걸려있는 눈물은 반갑지 않은 상처이다 ​ 아무리 감정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걸려있는 건 참는 게 습관이었던 얄궂은 버릇에서이다

나의 시 2024.02.23

뒤늦은 용서

조금 늦었지만 미안하다 용서해라 말해줘서 고마워요 ​ 이미 용서했는 줄 알았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아려오고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용서했고 이해한답니다. ​ 그때의 당신은 엄마는 처음이라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처음으로 그날 밤 백 점 맞는 꿈을 꿨어요 ​ 당신이 용서를 빈 그날 밤 아마도 그 고백이 나를 치유하고 가슴속 나도 몰랐던 오래 묵은 응어리를 내려가게 했었나 봅니다. ​ 그래도 여전히 슬프고 눈물이 나는 건 아마도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당신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 옛날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마음을 알고도 모른 척 한 나 때문인지 모릅니다 ​ 그냥 눈물이 납니다. 말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괜스레 화내는 걸로 대신한 마음을 이제서야 용서..

나의 시 2024.02.23

가족이란

요즘은 따뜻해져서 밤에도 초롱이는 산책을 하고 있다. 겨울에는 밤에는 산책 금지였는데 봄이오니 초롱이는 저녁 운동 갔다 오면 자기가 산책하는 시간인 줄 알고 즐거워한다. "산책 시간~" 하며 운동 끝내고 들어오면 빨리 리쉬를 하라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 함께 나가는 게 즐거운가 보다. 그런데 이날은 내가 깜빡 잊고 마스크를 문 앞에 두고 갔었다. 사람을 만날 확률이 없어서 그냥 갔는데 하필이면 산책 시간 사람을 만나게 되었었다. 그래서 내가 인도로 같이 가다가 차 뒤로 살짝 비켰다가 사람이 지나가고 다시 나타나니 초롱이는 놀랐나 보다. 초롱이 입장에선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데 엄마가 사라지고 없으니 정말 가슴이 철렁했었나 보다. 금방 내가 다시 나타나긴 했지만 그 이후론 산책을 하지 못하고 한 발짝 가다가..

짝사랑

아롱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초롱이는 아롱이를 사랑한다. 그래서 엄청 귀찮게 쫓아다닌다. 아롱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반의반이라도 재롱이를 사랑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롱이는 왕따다 ㅠㅠ 간혹 문을 열 때 아롱이가 탈출을 하면 "왜 그랬어!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하며 나무라는 걸 보면 눈물겹다. 둘이 돌돌 말려서 같이 자는 걸 보면 참 귀엽다. 재롱이가 집에 들어오면 "으르렁~" 난리를 쳐도 아롱이는 핥아준다 이놈의 짝사랑은 눈물겹다~

손바닥 묵상 2 - 민수기 11장에서 20장 묵상

오늘 읽은 말씀 중에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가 구스 여인을 취한 것을 두고 비방하는 일로 인해 미리암이 나병을 걸리는 장면을 보고 왜 하나님은 아론도 똑같이 비방했는데 미리암에게만 나병을 내리셨을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자세히 읽게 되었다. 정확한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론은 제사장 직분을 감당해야 해서 나병은 그 당시 부정한 것으로 생각해서 성막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미리암이 나병에 걸리는 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병이 걸리면 성막뿐만 아니라 회중을 떠나 격리해야 하므로 제사장 역할을 할 수도 없고 제사장으로서 치명타를 입으므로 백성의 죄를 대신하여 제사를 드리는 역할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 그리고 다시 자세히 묵상하니 단지 비방이 문제가 아니었다. ​ ..

손바닥 묵상 2024.02.22

우리들의 청춘

기분 좋게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는 항상 동성로 예쁜 카페에 친구와 마주 앉아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 나의 청춘으로 돌아간다. ​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우리는 즐거웠었고 작은 걱정거리는 있었지만 꿈이 넘치는 청춘이었다. ​ 한참을 지나도 끝나지 않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점점 거세지는 빗속을 우산 없이 걸으며 한 정거장만 걷자던 계획과는 다르게 결국 집까지 걸어가게 만든 친구와 나의 청춘이었다.

나의 시 2024.02.22

나의 어린 시절

다람쥐같이 뛰어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 ​ 산골짝 개울물 언 계곡 위에 엎드려 얼음 속 겨울잠을 깬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동화 속 나라에 잠겨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 ​ 계곡엔 어두움이 내려앉아 컴컴한 밤이 찾아들고 그제서야 겁이 덜컥 어두움은 공포와 바람에 뒤엉켜 나를 계곡에서 밀어내고 로켓을 쏜 마냥 발은 하늘을 날았던 나의 어린 시절 ​ 골목길에 접어들면 달큼한 밥 짓는 냄새 그러나 집엔 기다렸던 밥도 엄마는 보이지 않고 외로움 가득했던 나의 어린 시절 검붉게 물든 지붕 위로 지는 해가 나를 혼자 반겨주었던 외롭고 쓸쓸했던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시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