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226

낮에 뜨는 달

낮에 달이 떠 있는 걸 볼 수 없는 건 하늘을 자주 보지 않아서 일 거야 ​ 천방지축 뛰어다니지만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걸 모르는 건 관심이 없다기보단 외면해서 일 거야 ​ 때론 진실을 마주하기 싫은 건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주하기 싫은 피곤함 때문인지 몰라 ​ 알고 보면 달도 웅크리던 자아도 피곤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진실도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지도 모르지 ​ 마치 달은 늘 떠 있지만 볼 수 없는 건 태양빛이 너무 밝아 보이지 않거나 구름 속에 숨었거나 달의 색깔이 달라서 이거나 공전의 속도가 달라서야 그러나 중요한 건 언제나 떠 있다는 거지

나의 시 2024.02.22

세 개의 심장

하나의 심장으로 태어나 엄마가 되며 세 개의 심장이 되었다 ​ 하나의 심장이 세 개로 나뉘어 뛰려니 심장은 늘 한도 초과 ​ 하나는 딸을 위해 하나는 아들을 위해 나머지 하나도 엄마의 심장으로 열심히 쉬지 않고 뛰니 심장은 쉴 틈이 없다 ​ 이렇게 엄마가 되는 게 힘들 줄 몰랐었다 하나의 심장으로 살 때는 ​ 나의 생이 끝날때까지 엄마는 멈출 수가 없다 ​ ​ 하나 일 때는 미처 몰랐었다 세 개의 심장으로 산다는게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라서 엄마가 될 수 있었나 보다

나의 시 2024.02.22

인생 드라이브

드라이브할 땐 커브길에선 속도를 낮추고 흐름을 타야 한다 ​ 커브 길이 지나면 직진 코스가 시작되니 다시 속도를 높이면 된다 ​ 혹시 직진인데도 속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뒤를 돌아봐라 이미 넌 반백년을 살았으니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 ​ 다른 사람보다 좋은 차가 아니라도 비록 가다가 고장이 자주 나더라도 남들은 넓고 큰 도로를 달리는데 너는 험난한 길을 힘겹게 달리더라도 괜찮다 괜찮아 지나온 그 길을 주님이 함께 하셨다면 그건 형통한 드라이브였기에 ​ 앞으로 네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항상 주님이 함께하시니 길 잃을 염려도 없고 목적지도 틀림이 없으니 돌아가지 못하는 인생 드라이브에 허탕칠 일은 없으니깐 ​

나의 시 2024.02.22

눈 오는 날

아침에 2층 침실에서 창밖을 보니 눈이 폴폴~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 눈 온다더니 진짜 눈이 내린다. 이렇게 내리기 시작한 눈은 2~3시간 지나자 함박눈으로 변해 온 세상을 덮어 버렸다. 기분 좋게도. 나는 이렇게 가볍게 풀풀 거리며 내리는 눈이 좋다 나는 내 몸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생각을 지고 살 때가 많은데 이렇게 가벼운 눈을 보면 경의롭기도 하다. ​ 내가 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너처럼 새하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다면 내가 너처럼 춤추며 즐거움을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나는 눈 오는 날이 참 좋다

나의 시 2024.02.22

겨울 손님

소리 없이 오시는 겨울 손님 조용히 살포시 내리시니 더 반가운 손님 ​ 얼마만큼 왔으려나 열어보면 소복소복 쌓여 가고 ​ 또 이만큼 왔으려나 열어보면 수북수북 쌓여있는 손님 ​ 어릴 적 할머니 집 골목길에서 내 몸집 보다 큰 눈을 굴리며 ​ 큰 눈사람과 그리운 뽀삐 눈사람 부뚜막 위 고양이 눈사람 처마 밑 제비 가족도 만들어 놓고 ​ 내년에도 우리 집에 오라며 손님 가시는 길 배웅하라고 줄줄이 눈사람을 대문 앞에 세워 놓고 그 시절 잠들기 싫어 빼꼼히 문을 열었던 ​ 그 어릴 적에나 지금이나 찾아오시는 반가운 겨울 손님

나의 시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