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53

내가 아픈 것은

내가 아픈 것은 상처 때문이 아니라 용서하지 못하는 나 때문이다. 청량한 가을 하늘이 나로 부끄럽게 한다. ​ 높고 높은 하늘을 보며 내 상처를 안고 우는 것은 그들이 행한 죄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용서치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 악을 미워하시고 신실하시고 보응하시는 하나님이 왜 그들의 죄는 침묵하시고 용서치 못하는 내 죄만 질책하실까... ​ 나를 사랑해서 나의 구원을 이루어 가시길 원하시는 사랑으로 인해서인 걸 또 알기에 나는 하늘을 보며 운다. ​ (2018년 10월 2일)

나의 시 2024.02.07

고양이 인사

새침하게 머리를 내밀어 입맞춤하고 애틋하게 눈으로 인사를 건네고 꼬리를 흔들며 살포시 머리를 맞대고 반갑다 인사하는 재롱이 긴 꼬리로 목을 간지럽히며 그르렁 그르렁 안부를 묻는다. ​ 나는 항상 여기서 너를 기다렸다고. 보고 싶은 마음에 창가에 앉아 야옹 야아옹 해지기 전 돌아오라고 그르렁 그렁 왔으니 다 괜찮다고 솜뭉치 손으로 마사지 꾹 꾹 꾸욱 ​ 2018년 8월 어느 날 ​

나의 시 2024.02.07

할 수 없을 거라 말하지 마세요

♥우리 아롱이 구조 날 2년 전 ♥ 할 수 없을 거라 말하지 마세요. 나라도 해야지 하다 보면 아무도 손 내미지 않은 세상보다 나은 세상이 될 거랍니다. ​ 내가 가장 힘들 때 사람은 함부로 판단하고 외면했지만 나를 안아 주고, 위로해준 건 버려진 생명들이었습니다. ​ 생각해보면 간단해요. 하루 밥 두 끼 먹고 영혼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값비싼 것만 포기하면 영원히 배신하지 않는 친구가 생기는 거랍니다. ​ 매일 쏟아지는 끔찍한 뉴스들은 인간이 얼마나 악하고 잔혹한가에 관한 것들입니다. 우리가 손을 내미는 건 함부로 죄책감 없이 행하는 그들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과 같습니다. ​ 그러다 보면 약해서 고통받는 세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버려진 모든 동물을 도와줄 순 없겠..

나의 시 2024.02.07

담벼락을 만나면

삶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중간쯤에 어느 담벼락 앞에 서 있다. 그동안 길을 가다 예상한 길을 만난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대략 이 정도에서 잠시 생각하기로 정했다. ​ 왜냐면 코너를 돌면 또 다른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담벼락이 보이기도 했고... 길고양이도 만났고... 예쁜 꽃도 소담스럽게 피어있고... 담 넘어 큰 나무가 어쩌면 잠시 쉬어갈 그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 그래 .... 담 앞에 서서 저 넘어를 먼저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길 잘했다. ​ 담 밑에 꽃이 나를 반기고 길고양이도 만나니 그제야 새소리도 들린다. 고양이를 안고 돌아서기로 했다. 한 발자국 걸음을 딛자 새들이 그늘을 만들고 어깨에 내려앉아 내 눈이 되고 내 소리가 되어 길을 안내한다. ​ 그래.....

나의 시 2024.02.07

버려짐의 자유

순결한 나그네는 외로운 여행길에 길을 잃고 우연히 하룻밤 묵을 집에 짐을 풀었다. 막상 하룻밤 묵고 떠나려니 소망이 없는 사람들이 가여워 빛을 나누기로 한다.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몇 년이 흘러 다 내어줘도 피우지 못한 소망이 절망이 되고 자신의 살이 갉아먹히고 나그네의 가슴도 갉아먹히고 그를 은 입고 있던 나그네의 외투를 태워 길가에 버렸다. 버려진 나그네는.... 그때 그의 길을 갔어야만 했었다고... 후회도 해 보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인생인 것 같아 슬피 운다. 이웃이 아니라 도적이었던 것을... 막상 떠나려니 외투도 가방도 빼앗겨 버리고 상처만 남아 용기가 없다. 그들은 그 집의 주인을 죽이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지나가던 나그네를 붙잡아 외투를 빼앗고 소망을 빼앗아 절망의..

나의 시 2024.02.06